만약 나의 자녀가 커밍아웃한다면...
한인 크리스천 부모와 보호자를 위한 안내서.

Sam Kim
Oct 5, 2026

만약 나의 자녀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엄마, 사실 나 게이야”라고 고백해 온다면, 우리는 부모 또는 보호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고백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방법에 관한 질문보다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책임에 관한 질문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Family Acceptance Project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경험한 높은 수준의 가족 거부는 LGB 청년기의 우울, 불법 약물 사용, HIV 감염 위험과 관련된 행동, 자살 시도 등 부정적인 건강 결과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1] 특히 청소년기에 가족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거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LGB 청년들은 가족의 거부가 없거나 낮았던 이들에 비해 자살을 시도 할 가능성이 8.4배 높았고, 높은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5.9배, 불법 약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3.4배 높았습니다.[1]
또한 종교적 부모를 둔 성적지향·젠더 다양성(SGD) 청소년 5,686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부모의 SOGI(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관련 수용, 거부, 변화 시도가 서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2] 연구는 부모의 반응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으며, 가장 큰 집단은 긍정적인 부모 반응(Positive Parental Response)을 경험한 청소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젠더 정체성과 인종·민족 등 교차적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은 종교적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에 더 취약한 양상을 보였습니다.[2] 즉, 유색인종 가정의 종교적 부모를 둔 청소년들은 커밍아웃 이후 가족으로 부터 더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가족의 역할은 중요하게 나타납니다. 2017년 한국의 성소수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에서는 커밍아웃 이후 가족들이 대체로 거부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가족의 부정적 태도는 분노, 슬픔, 소외감, 우울, 불안, 두려움, 낮은 자존감과 자살 사고 및 시도 등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가족의 수용적 태도는 당사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했습니다.[3]
최근 한국 LGBTQ 당사자들의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한 경험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커밍아웃은 단순히 개인의 정체성을 알리는 행위가 아니라,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관계적인 과정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한국의 유교적 가족문화와 기독교가 이 과정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맥락이라고 지적합니다.[4]
우리 자녀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고백했을 때, 특별히 신앙생활을 하는 부모와 보호자들이 적절하게 반응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가족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말
1. “말해 줘서 고마워.” / “이 말을 하기까지 많이 생각했겠구나.” / “엄마,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아." /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배우려고 할게.”
자녀가 부모나 보호자에게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수없이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엄마, 사실 나 게이야”라고 고백한다면, 우선 이렇게 말해 주세요. “말해 줘서 고마워. 이 말을 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녀가 그동안 어떤 고민을 해 왔는지 들어 주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설명하거나 판단하거나 답을 주기 전에 먼저 들어 주세요.
2. “걱정하지 마. 네가 준비될 때까지 우리만 알고 있을게.”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은 온전히 자녀의 결정이어야 합니다.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커밍아웃할 것인지도 자녀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나 보호자에게 커밍아웃할 때 갖는 두려움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입니다. 특히 한인 가정의 경우 교회가 가족의 중요한 생활공동체이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가 목회자나 교회 리더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알려질 것을 염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네가 준비되기 전에는 네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게”라고 약속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반응으로 피해야 할 말
1. “너 왜 그래?” / “어쩌다 그렇게 됐어?” /.“확실해?” / “언제부터 그랬어?” /. “상담받아 보자.” / “이번 주에 교회에 가서 목사님께 여쭤보자.” / “같이 기도해서 해결해 보자.” /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자녀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고백했을 때, 그것이 반드시 부모에게 자신을 고쳐 달라거나 어떤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혼자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부모 또는 보호자와 나누고 싶어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반응에서 “너에게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자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다시 숨기게 만들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부모와 보호자가 해야 할 일
1. 자신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기
많은 부모와 보호자가 자녀의 커밍아웃을 들은 직후 충격, 당혹감, 두려움, 분노 또는 수치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자녀에게 그대로 쏟아 내지는 않아야 합니다. 통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오랫동안 남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결론 내리려고 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하나씩 배우고 적응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적절한 도움과 지지체계 찾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 또는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LGBTQ+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다만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목회자나 교회 리더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싶다면, 먼저 자녀에게 이야기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상담이나 목회적 돌봄을 찾을 때에는 그 사람이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고치거나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를 위한 도움은 자녀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의 감정과 질문을 건강하게 다루도록 돕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3. 신앙과 성경에 대한 질문을 다시 살펴보기
이 지점에서 많은 부모와 보호자가 혼란을 경험합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신학적 틀만으로는 자녀의 커밍아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여러 자료를 읽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학적 관점과 성경 해석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의 목적은 자녀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수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신앙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기존의 신학적 틀 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모와 보호자가 하나님, 성경, 인간의 성과 정체성에 대해 더 넓고 깊게 질문해 보는 과정입니다. 성경과 LGBTQ+에 대한 affirming 관점의 한 자료로 The Reformation Project의 The Biblical Case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4. 조건 없는 사랑(Unconditional Love)을 표현하기
무엇보다 자녀에게 말과 행동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모든 신학적 질문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신학적 고민 때문에 가족관계와 사랑까지 조건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모든 것을 즉시 이해한다는 뜻도, 모든 질문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네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너는 나를 잃지 않아.”
“엄마,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그 사랑을 일상의 행동으로 보여 주세요. 이전처럼 함께 식사하고, 전화하고, 안아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해 주세요. 커밍아웃으로 인해 자녀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자녀의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5. 자녀가 신앙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신앙 안에서 성장한 청소년들 가운데에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신앙 공동체에 속하고자 하는 깊은 영적 갈망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지속적으로 정죄하거나 존재 자체를 환영하지 않는 공동체에 머무는 경험은 자녀가 교회뿐 아니라 신앙 자체로부터 멀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를 포함하여 가족 모두가 안전하게 예배하고 환영받을 수 있는 신앙 공동체를 찾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신앙적 지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United Church of Christ(UCC), The Episcopal Church, Evangelical Lutheran Church in America(ELCA), Presbyterian Church (U.S.A.)(PC(USA)), United Methodist Church(UMC) 등에서 LGBTQ+ 목회자의 사역과 동성 커플의 결혼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거나 LGBTQ+ 포용을 위한 교단 차원의 정책과 사역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교단의 정책과 개별 교회의 실제 문화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같은 교단 안에서도 교회마다 신학적 입장과 LGBTQ+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단 이름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해당 교회가 LGBTQ+ 당사자와 가족을 실제로 어떻게 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자녀와 충분히 대화한 뒤, 가족 모두가 안전하게 예배하고 신앙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공동체를 함께 찾아보세요.
6.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커밍아웃 이후 자녀는 자신의 정체성, 가족과의 관계, 학교생활, 또래 관계, 신앙과 교회에 대한 경험을 함께 정리해 가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종교적 언어나 가족의 기대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거나, 오랜 시간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을 경험해 왔다면 한두 번의 대화만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필요할 때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녀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상담이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경험을 안전하게 이야기하고 정서적 건강과 자기 이해를 키워 갈 수 있도록 돕는 상담을 찾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LGBTQ+ 청소년과 가족을 지원한 경험이 있고, 자녀의 신앙적 배경 역시 존중할 수 있는 상담자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은 자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부모 역시 놀람, 혼란, 슬픔, 두려움, 신학적 질문과 가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모두 맡기기보다 별도의 상담이나 부모 지원 모임을 통해 자신의 질문과 감정을 다루는 것은 자녀와의 관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녀와 부모가 각자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대화를 이어 갈 때, 가족은 커밍아웃을 하나의 위기로만 경험하기보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신뢰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향후 김밥연구소에서 성경공부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에게 영어/한글 이중언어로 성경공부를 제공 예정입니다. 문의: info@kimboplab.com
*도움이 될 만한 자료
[한글자료] [성소수자 부모모임]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가이드북
http://media.wix.com/ugd/c9d893_b2e1c08c3eef46b0be9d941103a6b19c.pdf
크리스천 부모가 자녀의 커밍아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지할지 돕는 자료입니다.
https://www.qchristian.org/guides/parents
LGBTQ+ 자녀를 둔 크리스천 부모를 위한 affirming 신학 자료입니다.
https://www.reformationproject.org/parents/?utm_source
커밍아웃 직후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자녀를 지지할지에 대한 실용적인 가이드입니다.
https://pflag.org/resource/parents-comingout/?utm_source
부모가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겪는 감정, 가족관계, 신앙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룹니다.
https://www.strongfamilyalliance.org/parent-guide-gay/
LGBTQ+ 자녀를 둔 크리스천 부모들을 위한 affirming 부모 교육 과정입니다.
https://www.freedhearts.org/ParentsCourse
참고자료
[1] Caitlin Ryan 외, “Family Rejection as a Predictor of Negative Health Outcomes in White and Latino Lesbian, Gay, and Bisexual Young Adults” (2009)
[2] “A Latent Profile Analysis of Religious Parents’ Responses to Their Sexual and Gender Diverse Child” (2025)
[3] 김진이, 「가족의 거부로 인한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2017)
[4] Min, M. 외, “Between Losing My Family and Asserting My Identity: Exploration of Korean LGBQ YouTubers’ Experiences Coming Out to Parent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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